'알펜시아' 카지노, 내국인 도박…불법출입 녹취록 입수

'알펜시아' 카지노, 내국인 도박…불법출입 녹취록 입수 0001

"출발할 때 스마트폰으로 사진만 보내주세요"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부회장 직함을 갖고 일하는 W씨가 '010'으로 시작하는 스마트폰 번호를 알려준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해당 번호로 증명사진을 전송하라는 것. 카지노에 도착하면 ID카드가 완성돼 있을거라고 확언했다.

"010-59XX-XXXX입니다. 이분이 중국사람이거든요. 얼굴 사진만 찍어서 스마트폰으로 전송하시면 됩니다. 그럼 이사님, 대략 금액은 어느정도 되나요?" (W 부회장 녹취록 中)

분명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하지만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내국인도 출입이 가능하다. 중국인 대포폰으로 사진을 보내고, 카지노 지정 계좌로 돈만 입금하면 된다. 불법도박이 난무하는 곳, 바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주무대인 알펜시아 리조트다.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 홀리데이인호텔 1층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자리잡고 있다. (주)코자나(심양보 회장)가 운영하는 알펜시아 카지노 '코자나'다. 룰렛과 바카라 등 8종 57대 기기를 놓고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심양보 회장은 "알펜시아는 평창올림픽의 중심이다. 이곳 카지노에서 외국인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평창 지역의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외국 관광객을 끌어모아 외화벌이에 나서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내국인 불법도박의 장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전문적인 에이전트까지 고용, 내국인의 출입 및 도박을 알선하고 있는 것이다.

◆ 내국인 출입의 2단계…가짜 ID카드 만드는 법?

'디스패치'가 입수한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카지노 출입까지 2단계를 거친다. 우선 중국인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내야 한다. ID카드 발급용이다. 다음으로 카지노 측이 알려준 계좌에 판돈을 입금시켜야한다. 이 돈이 곧 '칩'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카지노에 출입한 A씨는 "평창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서울에서 출발할 때 사진을 보내면 된다"면서 "도착해서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중국인이 내 얼굴이 박힌 ID카드를 들고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가짜 ID카드를 들고 아무런 제지없이 카지노에 입장할 수 있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VIP룸으로 들어갔고, 미리 입금한 액수의 칩을 받을 수 있었다. 카지노와 에이전트가 내국인 정보를 유기적으로 공유한다는 증거였다.

A씨는 "카지노 측에서 절대 수표 등을 받지 않는다. 내국인 거래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면서 "카지노 측에서 계좌를 불러준다. 출발 전에 입금하면 도착과 동시에 칩으로 받을 수 있다. 환전이 필요없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 손님이 돈을 잃으면…브로커에게 수수료 지급

더욱 충격적인 것은, '코자나' 측의 장사 수단이다. 내국인의 판돈 일부를 브로커에게 수수료로 돌려주고 있는 것. 손님이 카지노에서 잃은 돈의 일부를 브로커에게 넘기는 '리워드'(reward) 시스템이다. 시쳇말로 '뽀찌'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카지노 측은 내국인이 5,000만 원 이상 2억 원 미만을 잃었을 때 브로커에게 20%를 준다. 2억 원 이상을 잃으면 25%, 3억 원 이상에서는 30%의 수수료를 떼준다. 반대로 손님이 돈을 따면 이 수수료는 없다.

'코자나' 측의 W씨는 녹취록에서 "오는 손님을 잘 핸들링해달라"면서 "일단 손님이 5,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 잃으면 20%를 챙겨주겠다. 2억 원 이상 잃으면 25%를 주고, 만약 더 이상 손해를 보면 30%까지 주겠다"고 말했다.

단, 손님이 돈을 땄을 경우 '리워드'는 제로다. 그는 "우리는 손님이 돈을 따도 좋다. 상관없다"면서 "그러나 손님이 이기면 그건(수수료) 손님한테 받아야한다. 카지노가 잃었는데 나갈 돈이 어디있냐"고 덧붙였다.

◆ 카지노 공식입장 '모르쇠'…에이전트는 인정

평창올림픽의 중심인 알펜시아. 그리고 그 안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내국인 불법 도박. '디스패치'는 코자나 카지노의 대표인 심양보 회장과 직접 통화를 했다. 내국 인 불법도박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강력 부인했다.

심 회장은 "해외 영주권자라면 카지노를 출입할 수 있다"면서 "그런 경우가 아니면 내국인 출입은 있을 수 없다"고 잡아뗐다. "W부회장이 그 일을 맡고 있지 않냐"고 반 문하자 "지금 내가 운전중이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그가 언급한 '영주권자'는 교묘히 악용됐다. 실제로 W씨의 녹취록을 살펴보면, "(카지노가 중국애들에게) 영주권자 교포가 있는데 같이 하겠냐고 물을거다. 걔들이 OK를 하면 같이 게임을 하면된다"며 참가 방법 중 하나로 언급된다.

게다가 심 회장의 '모르쇠'와 달리, W씨는 녹취록 중간 내국인 도박에 대해 인정한다. 그는 "검찰 그런거 신경 안쓴다"면서 "카지노에서 때려죽을 죄 지은 것도 아니고, (다른 곳도) 한국사람 다 받는다. 그럼 모두 경고받아야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기업인 등 유명인 출입…관리·감독·조사, 필요

지난 주, '디스패치' 취재팀은 알펜시아 카지노를 찾았다. 평일인 탓도 있지만, 외국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객장은 허전했다. 카지노 측이 불법적으로 내국인을 받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주로 어떤 내국인이 카지노를 찾을까.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인 B씨도 있었다. VIP룸에서 직접 게임을 한 A씨는 "유명인이 많이 오는 걸로 알고 있다. 얼굴이 알려져 정선 카지노(강원랜드) 등을 찾지 못하는 손님들이다"고 귀띔했다.

즉, 알펜시아 카지노는 외국인 유치에 실패하자 내국인 사냥에 나섰다. '도박을 한 사람은 절대 신고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브로커를 통해 돈있는 손님을 끌어모으며 '하우스'를 자처했다.

관리기구의 감독 및 감시가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류진용 장관) 관광진흥팀 관계자는 '디스패치'와의 통화에서 "증거가 정확하게 있지 않는 한 확인이 힘들다"면서 "매일 파견을 나가 내국인이 있는지 조사할 수도 없다"고 한계를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어 "만약 내국인 출입이 확인되면 조사를 할 것"이라면서 "내국인 1회 출입은 시정명령, 2회 이상은 영업정지 등으로 처벌 수위가 올라간다. 특히 고의성이 높다면 시정명령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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