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오픈 카지노, 허용할까 말까

[논쟁] 오픈 카지노, 허용할까 말까 0001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 허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영종도가 복합리조트 투자처로 주목을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관광·레저산업을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과 “도박 중독 문제를 심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복합 관광 인프라라는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관광 산업은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자 미래의 성장동력이다. 그 자체의 효과와 함께 숙박·운수·쇼핑·요식업 등 서민경제에 도움을 주면서 일자리도 새롭게 만드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광산업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숙박시설과 볼거리, 즐길 거리 등 외국 관광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효자’ 구실을 하는 관광인프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카지노 산업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 1100만 명 중 240만 명이 카지노를 즐겼다고 한다. 소비한 돈이 1조원을 넘고 있으며 세금과 기금, 항공, 숙박, 식음료 소비 등을 통해 사회로 환원되거나 재소비를 가져온 금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카지노 산업이 카지노 시설만으로는 세계 관광산업의 변화 패턴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라스베이거스·싱가포르·마카오에는 이미 비즈니즈·레저·쇼핑·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수요를 한곳에서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복합관광인프라가 함께 만들어져 있다. ‘메가 복합리조트(Mega Integrated Resort)’로 세계의 비즈니스·레저 관광객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만 한 크기의 싱가포르와 여의도 세 배 크기의 마카오에서 벌어들인 관광산업의 매출 전체를 합하면 50조원이 넘는다.

 한국은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 이내에 3억 명에 이르는 잠재 관광객이 거주하는 지정학적 이점이 있다. 우리 관광산업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는 글로벌 레저기업들이 천문학적 재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짓겠다고 제안하는 이유다. 막대한 투자비를 조달할 수 있고 그들의 운영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다.

 다만 복합리조트 카지노 시설에 대한 내국인 입장 문제가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내국인 입장을 전면 허용하는 대신 정부가 철저하게 감독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적절하게 통제하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어 제한적 출입을 허용하면 사회적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복합리조트 카지노시설 입장 문제에서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했고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성공을 일궜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자국민의 카지노 시설 입장을 금지하는 나라는 네팔·터키·북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도 내국인 입장이 허용되는 강원랜드가 있으나 설립 목적이 관광산업 진흥보다는 폐광지역 경제 발전에 중점을 두고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40여 년 전 카지노 시설을 들여온 초기에는 내국인 입장에 별다른 규제가 없었다. 내국인 출입 금지 제도를 만든 것은 국민 소득이 불과 1000달러가 안 되던 가난한 시기에 사행심을 부추기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이 일상화되면서 해외 카지노에서 소비하는 돈이 한 해 2조3000억원이 넘는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

 세계 각국은 제3세대 관광산업의 인프라를 갖추고 무한 질주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1세대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광산업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터부’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발상을 전환, 기회를 선점하는 것이 시급하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도박 중독 만연시키고 국부 유출 가능성 크다

정부는 지난 7월 제1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열고 복합리조트 개발 지원체계 마련을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관광산업 육성 차원이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일부 외국계 카지노업체는 싱가포르 같은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지어 줄 테니 ‘오픈 카지노’를 허가해 달라며 계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로선 우리 정책 당국이 허가의사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이들이 계속 저울질하는 것은 오픈 카지노를 흥정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정서와 경제 여건, 국부 유출, 지역 갈등의 관점에서 오픈 카지노에 대한 허가 논의는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우선 카지노에 대한 국민의 관용도(tolerance)가 낮다.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은 도박 중독을 만연시켜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지면서 당사자는 물론 국민에게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도박 중독 예방·치유 시스템을 확보한다고 해도 도박 중독을 근절할 수는 없다. 오픈 카지노가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사행성과 도박 중독, 신용불량, 돈세탁 등의 사회병리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설령 오픈 카지노가 외자 유치, 세수 증대, 고용 창출 등의 효과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국가적 관점이고 국민 소득 및 의식 수준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007년 1만7000달러에서 올해 2만4000달러로 늘어났다고 해도 원화 가치 상승의 효과일 뿐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적어도 국민소득이 4만 달러까지 근접해 카지노가 ‘레저’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까지 오픈 카지노에 대한 논의는 유보돼야 한다.

 아울러 오픈 카지노로 인한 국부 유출과 원정 도박 논란도 잠재우기 어렵다. 지난해 도입된 카지노 사전심사제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과잉 혜택이 불거진 적이 있듯이 외국계 카지노 기업에 오픈 카지노를 허용할 경우 투자액 조기 환수에 따른 국부 유출을 막기 어렵다. 게다가 오픈 카지노가 해외 원정 도박을 상쇄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떤 근거도 없다. 오히려 국내에서의 카지노 중독 경험이 해외 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2011년 자료)에 따르면 해외 원정 도박자의 35%는 게임 예산으로 300만원 이상을 책정했으며, 1000만원 이상도 13%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67%는 중위험 이상의 도박 중독자로서 이미 국내 카지노에서 유병(有病) 경험이 사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오픈 카지노의 중복 허가는 지역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천 영종도에 오픈 카지노를 신규 허가할 경우 기존 업체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나타나 결국 지역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 이 경우 똑같은 수도권 고객을 기반으로 하는 강원랜드 카지노의 고사로 이어져 폐광지역 개발지원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고, 수도권은 도박 중독의 배후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오픈 카지노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기에 앞서 국민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먼저 가늠해 봐야 한다. 오픈 카지노 문제를 카지노산업의 시각에서 단편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사회 구석구석에 독버섯처럼 커 가고 있는 75조원(2012년) 규모의 불법 도박행위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행산업의 전반적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병권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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