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과 도박 사이

오락과 도박 사이 0001

직장인 김(35)씨는 브라질월드컵을 맞아 직장 동료 10명과 ‘1만원 내기’를 했다. 1만원씩 걸고 지난 18일 한국과 러시아의 조별예선 1차전 점수와 승패를 맞히는 내기였다. 김씨와 동료 1명이 ‘1 대 1 무승부’를 정확히 맞혔고, 두 사람은 10만원의 판돈으로 직장 동료들에게 맥주를 한턱 냈다. 김씨와 동료들의 행위는 과연 도박일까, 그저 심심풀이 오락일까?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와 동료들처럼 술값이나 밥값 등 바로 그 자리에서 써서 없애는 형태의 소액 내기는 도박이 아니라 단순한 오락으로 간주된다.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서로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참여시키거나, 판돈이 ‘사회 상규’에 비춰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월드컵을 맞아 가벼운 식사나 술값 내기 정도는 도박으로 보지 않지만, 인터넷 등 매개체를 이용해 사람을 모으는 행위는 도박으로 간주해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박과 오락을 가르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판돈의 즉시 소비 여부라는 것이다. 내기에서 딴 돈을 바로 쓰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도박행위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경찰청은 “재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에서 재산을 승자가 모두 가져가면 도박이 되지만, 판돈의 액수가 크지 않고 일회성 내기에 그친다면 도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판돈의 크기를 정하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도박과 오락의 경계는 늘 논란거리다. 2009년 대법원은 화투를 이용하는 ‘섰다’를 하며 한 판에 1000원씩 건 행위는 도박으로,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은 오락으로 정리하는 판단을 내놨다. 압수된 판돈은 ‘섰다’의 경우 75만2000원, 고스톱은 2만2900원이었다. 대법원은 “한 판에 1000원짜리 ‘섰다’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판돈이 오갈 수 있으므로 일시적 오락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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